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는
뉴스만 봐도 토나올 지경이다.
사악한 행태들의 끝을 보여준다고 생각되다가도
다음날이면 더 치졸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온세상이 구역질나게 돌아간다.
인간들은 머릿 속에
돈, 섹스, 권력, 사기, 강간, 범죄를 저지르고 싶은 욕망들만
가득찬 것일까?
문명은 발달해가는데
왜 인간들은 점점 원시적인 악마가 되어갈까?
분노를 넘어
암울한 세상이
삶의 모든 희망마저 빛을 바래게 만든다.
세상은 너무 구질구질하다.
인간이 왜 사는지 모르겠고
어떤 즐거움이 '행복'이라는 것인지
인간이 어떤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말 삶과 죽음은 하나인가
어제까지 나와 웃고 밥먹고 대화하던 존재가
어느 날 동작을 멈추고 사고를 멈추고
사라져버리는 '죽음'이란 개념은
눈 앞에서 겪어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받아들여야 할 뿐인가
주위의 사람들과 나누는 모든 애정과 행복은
하루하루 누적되어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죽는 순간 모두 끝나고
제로 포인트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우리는 모두 슬퍼해야 하는가
담담하게 보내야 하는 것인가?
눈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친구네 집은 중국집을 했었다.
그 집에 놀러가면 각종 중국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었다.
식당에 벽화를 그려주다가
한동안 살다시피 지냈다.
나는 가끔 카운터도 지키고 가끔 배달도 다녔다.
중국에서 온 주방장 형과도 놀러다녀보고
뺀질뺀질한 배달부 소년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 때도 참 바쁜 시기였지만
동네 골목을 상대로 하는 가게의 낭만이 즐거웠다.
에어콘도 안돌아가는 여름날의 식당에서
나른하게 손님을 기다리며 시간이 흘러가던
그 날들이 생각난다.
난 집에선 정없는 아들이지만
그 집에선 아들처럼 굴기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도 날 매우 좋아해주셨었고
항상 더 먹이지 못해 안달이셨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거였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은 항상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태워주셨었다.
집 앞까지 바래다주시고 돌아가시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정겹기도 했다.
가끔은
내 집과 다른
별도의 가족이 생겼다는
환상에 빠졌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살면서 바빠지고
점점 발길은 뜸해졌고
명절도 못챙기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도 매번 언제 놀러올거냐고 성화였지만
부모님들이 더 아쉬워하시며
꼭 놀러오라고 부르셨다.
2009년 여름도
난 여전히 바쁘고
세상 일들도 답답하고
노는 것도 귀찮아
심드렁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6월 18일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전날까지도
건강하게 배달을 다니셨는데
심장마비로 거리에서 쓰러지셨다고 한다.
소식을 듣고 당장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에서
난 그냥 착잡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그냥 열심히
육개장을 나르고 청소를 하고 신발장을 정리했다.
나는 또 돌아와서
마감을 맞추기 위해 일을 하고
개그 만화를 그려야했고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일을 다 못 끝낸 채로
다시 달려가서
또 육개장을 나르고 청소를 하고 신발장을 정리했지만
영정사진 앞에서 인사는 드리지 못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도저히 그 앞에 설 수가 없었다.
발인을 앞둔 새벽이 되자
가족들과 친척들은 먼 길을 가기 전에
쪽잠을 청했다.
나는 멍하니 음료수를 마시다가
콜라를 물처럼 드시던 분이었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
제단 앞에 캔콜라 하나를 놓아드렸다.
딱히 명복을 빌지는 않았다.
얼굴을 보기는 커녕
전화도 안하는 사이인
내 아버지가
언젠가 돌아가실 땐
난 장례를 치르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까?

덧글
M 2009/06/21 04:01 # 삭제 답글
힘내세요..변천님의 진실되고 연약한 마음의 한 부분을 들추어 본 것 같아서 저도 아프네요
심시만시티 2009/06/25 22:58 # 삭제 답글
아... 이런 슬픈 사연이 있었군요... ㅠㅠ 어쩐지... ㅠㅠ